2025년 한국 영화계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범죄 액션 영화 ‘야당’은 기존의 정치 영화나 액션 누아르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지닌 작품입니다. 단순한 총격전과 범죄 조직 간의 갈등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충돌과 인간의 내면을 복합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이 글에서는 ‘야당’이라는 제목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와 상징성,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쿠키 영상,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강력한 등장인물들까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의미
‘야당’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정치에서 정부나 여당에 반대되는 세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야당’은 훨씬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단순히 정치적 반대 세력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저항하는 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야당’이라는 단어가 명확히 등장하지 않습니다. 관객은 사건이 전개되면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야당’이 현실 정치 속 정당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권력의 흐름, 그리고 그 권력에 맞서는 개인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이는 곧 ‘야당’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예를 들면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 부정부패, 공권력의 타락 등을 은유하는 장치로 기능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야당'이라는 말에는 주류 권력에서 소외된 자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내부에서 부조리에 맞서는 내부 고발자들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주인공은 과거에는 시스템의 일원이었지만,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야당’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이분법적 정치 구도를 넘어서, 선과 악, 권력과 저항, 진실과 침묵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고민은 영화의 대사, 배경, 인물의 선택에서도 드러납니다. 마치 한 편의 사회학적 보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깊이 있는 메시지와 시사점을 남깁니다.
쿠키
최근 한국 영화들은 쿠키 영상을 하나의 ‘트렌드’처럼 삽입하지만, ‘야당’은 이 흐름을 단순히 따르지 않습니다. 본편 종료 후 삽입된 쿠키 영상은 단 40초 남짓한 짧은 분량이지만, 그 상징성과 충격력은 매우 큽니다.
쿠키 장면은 한석규가 연기한 인물의 1980년대 과거 회상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던 정치 브로커가 과거 학창 시절, 군부 독재 아래에서 겪은 고문과 배신, 그리고 권력에 대한 증오가 어떻게 그를 현재의 위치로 만들었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본편에서 다소 비밀스럽게 남겨졌던 인물의 심리와 가치관을 풀어주며, 관객이 인물에 대한 이해를 다시 구성하게 합니다.
더 나아가, 쿠키 영상의 마지막에서는 서류 하나에 ‘야당 프로젝트 1987’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는 속편에 대한 암시이자, 프리퀄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장치입니다. ‘야당’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현재의 정치 상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반복되어 온 권력의 타락과 저항의 기록임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쿠키 영상 후, 관객들은 상영관을 떠나면서도 쉽게 이야기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SNS 상에서는 “쿠키 하나로 세계관이 확장되었다”, “야당 2는 1987년 버전인가?”, “이 정도면 프랜차이즈화 가능하다”는 반응이 쏟아졌으며, 감독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속편 제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등장인물
‘야당’의 서사는 인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물은 단순한 역할을 넘어서 사회 속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그려집니다. 설경구, 한석규, 박해수 세 배우는 각기 다른 시대와 가치관을 대변하면서도,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설경구: 전직 형사 출신 국회의원 ‘강민석’ 역. 이상주의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 권력의 구조를 깨부수고자 하는 인물. 내면의 고뇌와 외부적 압박 속에서 점점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
- 한석규: 로비스트이자 정치 브로커 ‘최회장’ 역. 부드러운 말투 뒤에 잔혹한 결단력을 숨기고 있으며,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조종하는 배후 세력으로 등장. 쿠키 영상에서의 과거사와 연결되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줌.
- 박해수: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 ‘서우진’ 역. 정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점점 진실과 현실의 괴리에 충격을 받음. 이상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갈등과 실망이 뚜렷이 드러나는 인물.
조연들도 매우 탄탄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이솜은 설경구의 보좌관이자 전략 설계자 역할로, 영화의 정보 전달과 긴장 조율에 큰 역할을 합니다. 문성근은 국회 내 고위 인사로, 부패한 권력의 상징처럼 등장하며, 유승목은 과거 정보기관 출신 인물로서 극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이처럼 ‘야당’의 인물들은 단지 서사의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현실 사회 속 다양한 권력 군상과 가치의 충돌을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이들이 얽히고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서사는 단순한 액션이나 반전 이상의 철학적 깊이를 전달합니다.
‘야당’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정치, 역사, 인간의 양심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흥미로운 서사와 인상 깊은 연출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제목이 가진 은유, 짧지만 강렬한 쿠키 영상, 그리고 각 인물의 서사 구조는 이 작품을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 사회적 텍스트로 만들어줍니다.
이 글을 통해 ‘야당’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관람한다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를 훨씬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바로 영화관으로 향해 보세요. ‘야당’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